유난히 고되고 힘든 하루가 있습니다. 하루 종일 긴장해야 하고 조심해야 하는 하루였어요. 그런 날은 집에서 혼자서라도 뒤풀이를 해줘야 합니다. 주당이지만 나름 규칙이 있습니다. 주중 음주 1회권입니다. 주중은 일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입니다. 힘들고 특별한 날 주중 1번만 음주할 수 있어요. 이젠 더 이상 젊지 않으니까요. 20대 때 40대를 보면 중년이었는데 아닙니다. 너무 젊어요.
스트레스는 놔두면 내 몸에 독이 됩니다. 그래서 잘 먹고 푹 자야 합니다. 오늘 하루 잘했는지 실수는 없었는지 곱씹는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 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과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찬을 즐기기에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그래서 혼자 먹야해요. 코로나로 가게도 9시까지인 상황에서 친구야 나와라 할 수도 없는 그런 슬픈 시국입니다. 가족들도 다 자고 있을 것 같아요. 야식 안 먹는다고 할 것 같기도 하네요. 나 역시 살찔 것도 걱정되는데 양은 적고 저렴하면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지만 오늘 하루 고생한 나에게 과자나 견과류 따위를 던져 줄 수는 없는 그런 날에 딱 좋은 안주를 발견했어요.
사실 치킨은 너무 비싸요. 일주일에 2번 먹으면 중산층 3번 먹으면 상류층입니다. 한 마리 배달 가격이 최소 2만 원입니다. 반마리 주문도 안되죠. 눈팅만 하던 수원 왕갈비 통닭! 이날도 어김없이 지나쳐 가는데 반마리 9900원 메뉴를 발견했어요. 편의점에서 안주거리 2개 털어도 만원이 넘는데 요리다운 수원 왕갈비 통닭이 9,900원. 물론 순살 반마리지만
먹고 남기는 것보다 낫고 뭔가 제대로된 요리인 것 같아요
기본 메뉴입니다. 떡볶이도 있고 치즈스틱 등등 사이드 메뉴가 다양합니다.
메뉴 옆 급포스트잇 보이시나요? 치킨 마니아나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처럼 저렴한 편은 아니었고 갈비도 좋아하지 않는 터라 지나쳤는데 반마리 메뉴가 생겼네요. 처음에 없는 메뉴였는지 저렇게 포스트잇으로 붙여 놨네요. 맛보고 싶은데 가격이 부담되나요? 저렴한 가격으로 반마리만 맛보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 발길을 돌렸습니다. 사실 후라이드만 좋아해서 웬만한 양념은 잘 쳐다보지 않고 실험도 하지 않아요. 그런데 합리적인 가격이라 도전해 볼 만했습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네요. 9,900원에 무와 콜라 포함입니다. 하지만 콜라는 수육 할 때나 써야. 성인은 쏘맥입니다.
튀김옷만 뚜껍고 고기의 육질을 확인을 위해 한입 베어 물어보니 실한 하림 통닭입니다. 국내산 냉장육이 확실하네요.
노원 수원왕갈비 통닭. 거의 갈비맛 살짝 나는 양념통닭 맛입니다. 양념치킨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반마리만 도전해 보기 딱 좋아요. 순한 맛. 매운맛, 아주 매운맛이 있는데 매운맛은 신라면보다 안 매웠어요. 스트레스 강도가 심한 하루였다면 아주 매운맛도 좋아요. 양이 부족하면 양념에 밥 말아 먹어도 꿀맛이지만 건강을 위해 딱 적당히만 먹도록 합니다.
댓글